한해설
KBO

미국서 ERA 7.50이었는데 KBO에서 1.44가 됐다, 아빌라 재계약이 보여주는 것

2026.11.05

트리플A에서 60이닝을 던지고 ERA 7.50을 기록했다. 3승 7패. 미국 구단이 그를 방출했다. SSG는 그 선수를 40만 달러에 데려왔다. 그리고 페드로 아빌라는 2026 KBO 시즌을 ERA 1.44로 마쳤다. 10월에 SSG는 그와 최대 2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사람이 맞다.

이 숫자 차이가 단순히 리그 수준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트리플A는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다. KBO가 그보다 경쟁이 느슨한 건 맞지만, ERA가 6점 가까이 떨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빌라는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투수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산하에서 5년 넘게 뛰면서 가끔 메이저리그 콜업도 있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 2025년에는 일본 도쿄 야쿠르트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그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콜럼버스에서 올해 전반기를 보냈고, 거기서 ERA 7.50이 나왔다.

SSG가 그를 7월에 불렀을 때 팀 상황이 꽤 나빴다. 전반기 외국인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9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아빌라는 "대안이 없어서 불러본" 카드에 가까웠다. 처음 세 경기를 전부 퀄리티스타트로 마쳤을 때도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계속 이어졌다. 11경기에서 10번 QS를 작성했다. 9월에는 LG전에서 완투승이 나왔고, 그 후 한 번 더 완투를 했다. KBO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가 완투를 하는 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반신반의가 아니라 의심을 거두는 단계였을 거다.

왜 이게 됐을까. 아빌라 본인은 KBO의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와 피치 클락이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이미 경험한 환경이라 적응이 빨랐다는 거다. 근데 그게 ERA 7.50에서 1.44가 된 주된 이유라고 하기엔 약하다. 환경 적응 얘기는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하는 말이고, 그들이 전부 이런 성적을 내는 건 아니니까.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은 그가 KBO 타자들에게 맞는 구종 조합을 갖고 있다는 쪽이다. 미국에서 먹히지 않던 볼이 KBO에서 통한다. KBO 타자들의 타격 접근법이 미국 마이너리그 타자들과 다르고, 그 차이가 특정 투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런 경우가 아빌라 이전에도 있었다. 헨리 소사가 그랬고, 린드블럼도 MLB에서 한계를 보이다가 KBO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뽑아냈다.

이걸 단순히 "KBO는 메이저리그보다 약하다"는 얘기로 읽으면 재미가 없다. 맞는 말이지만, 그게 전부라면 트리플A에서 7.50을 찍은 투수가 KBO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리그 간 수준 차이보다는 타자 풀의 성격 차이, 그리고 그 풀에 맞는 투구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프레임인 것 같다.

SSG는 10월 16일 아빌라와 최대 2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연봉 등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첫 계약이 40만 달러였으니 이번에는 상당히 올랐을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KBO에서 외국인 투수 다년 계약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다.

내년 SSG 경기를 포함한 KBO 중계는 티빙에서 한국어 해설로 볼 수 있다.